Saturday, April 23, 2011

멜기세덱의 육화(肉化)

멜기세덱의 육화(肉化)

성경에서 언급되는 인물들 중 가장 불가사의한 존재들 가운데 하나는 멜기세덱이다. 멜기세덱에 대해서는 창세기 14장에서 처음 언급된 후로 시편에서 잠시 등장할 뿐, 히브리서 기자가 자세히 기록하기 전까지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져 있었다. 히브리서는 그를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였었고, 아브라함이 그에게 십일조를 드렸으며, '멜기세덱의 반차'라는 말과 함께 그를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설명하고 있은 것으로 보아, 사람과 대화하며 교제할 수 있는 인간과 비슷한 어떤 존재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말에서 그가 분명 천상(天上)의 어떤 존재였음도 분명히 드러난다. 다시 말하자면, 천상의 존재가 인간의 육신을 입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육화(肉化)의 주인공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예수의 육화와는 매우 다르다. 왜냐하면, 그가 만일 예수처럼 어느 가정에 한 아기로 태어났다면,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알았을 것이고, 그가 만일 예수처럼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은 어떤 공개적인 사건을 통하여 이 땅에서의 육화의 과정을 끝냈다면,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기세덱은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탄생과 죽음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땅에 존재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육화가 오직 예수에게만 국한되는 사건인가? 멜기세덱을 통하여 판단할 때, 그렇지 않다. 가브리엘 천사장의 경우처럼,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을 위하여 천상의 어떤 존재들을 이 세상에 보내어 인간들에게 계시를 전하실 수 있고, '육화'라는 신비한 어떤 방법을 통하여 이 세상의 일에 특별한 관여를 하실 수 있다. 그렇다면 멜기세덱 이외에도 더 많은 어떤 천상의 존재들이 이 땅에 육화하였을까? 지금도 하고 있을까? 앞으로도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나님께서 계시를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주시지 않는 한... 그러나,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한 하나님의 방법이 오직 예수에게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멜기세덱에 관하여 이미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옳지 않으며, 그러한 육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는 지극히 교만한 자세일 뿐이기 때문이다.

육신을 입고 있던 인간이 부활하여 천상의 존재로 변화되는 것을 인정한다면, 역으로, 천상의 존재가 어떤 특별한 목적과 방법으로 육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똑같이 인정해야만 한다. 예수는 그러한 육화의 길을 따라 이 세상에 오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부활승천 하셨을 것이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반드시 양방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멜기세덱을 통하여, 너무나 제한적인 계시로 인하여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하나님의 무한하신 능력과 방편들 앞에 마음을 온전히 열어두는 겸손함이 전제 될 때, 이 우주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와 관계와 목적을 더 깊이 깨달아 갈 수 있을 것이다.(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