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23, 2011

4복음서와 하나님 나라

복음서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예수의 메시지의 핵심적인 주제가 “하나님 나라의 임함”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하나님 나라”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그리고 “임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신학에 있어서 이 “하나님 나라”는 가장 중심적인 주제이며 중요한 테마가 아닐 수 없다.
예수는 그의 사역을 하나님 나라 임재의 선포로부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복음”이라는 단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수는 공생애 초두에 이미 복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이 때는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죽으며 부활과 승천을 이루는 마지막 사건이 있기 훨씬 이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우리들이 갖고 있는 복음이라는 개념과 사도 바울이 증거 하였던 복음의 개념, 그리고 앞에 이야기한 예수가 사용한 복음의 개념이 과연 어떤 공감대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수가 최초로 사용한 복음의 개념 속에 바울의 복음 개념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도 있지만, 그들의 주장하는 바를 살펴보면 대개 복음을 추상적인 어떤 개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을 볼 수 있다.(참조: 김세윤, 예수와 바울(서울: 도서출판 제자, 1997), pp.41-118.) 그러나 예수가 복음을 믿으라고 외칠 때 그 복음은 분명히 “하나님의 나라”와 연관되어 있다. 만약에 하나님의 나라가 실재(實在)하는 실체(實體)로서의 나라라고 한다면, 바울이 전한 복음이나 또는 그 영향을 받아 오늘날까지 개념적인 정의에 사로잡힌 복음의 의미에 젖어 있는 우리들의 의식에 오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예수가 외친 그 “복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이미 가까이 이르렀다고 말씀한 그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우선 하나님의 나라를 논함에 있어서, 먼저 그 나라는 필연코 인간들의 “우주관”의 틀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실재하는 나라라고 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와 반드시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이전까지 실제적인 자료나 검증 없는 우주관을 토대로 할 때에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논하는 것도 개념적인 논쟁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지구의 대기권 밖에 띄워놓은 허블 천체망원경과 컴퓨터를 통한 실제적인 우주에 관한 자료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념적인 하나님 나라를 복음으로 외쳐왔다. 또한 제한된 인간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판단해 왔다. 오늘날의 우주 물리학은 물질세계의 제한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우주 안에는 물질적인 에너지 이외에도 인간이 알 수 없는 많은 에너지들이 실재하고 있다는 것이 첨단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이것은 마치 인간의 눈에 보이는 빛(가시광선) 이외에도 광범위한 파장의 광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영적인 개념으로만 본다든지 아니면 완전히 물질적인 개념으로만 보려고 하는 극단으로 치우쳐 왔다. 이러한 극단적인 개념의 어느 한편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많은 무리가 있었다. 이제는 과학만능주의에서 헤어 나와, 과학을 토대로 한 신학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는 이 시대에 있어서는 새로운 복음의 해석이 필요하며, 그 새로운 개념의 복음은 오히려 예수가 원래 전하고자 하였던 하나님의 나라 그 자체가 되어야만 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복음서의 하나님 나라 개념에 접근하는 토대로 하나님 나라의 실체성(實體性)과 다중성(多重性)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연구함에는 제한적인 요소들이 많이 전제된다. 전통적으로 해석되어진 교리들, 학습을 통해서 습득되어진 여러 가지 고정관념들, 환경적인 여러 요소들로 인한 제한들, 그리고 완전하게 발달되어질 수 없는 인간적 제한조건들 등이 그러하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 이후 2000년이 지난 오늘날, 불충분한 전승 자료들을 토대로 하여 그 당시 예수의 말씀을 이해하고 유추해 보고자 하는 것 자체가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하나님 나라 개념'에 접근해 보고자 시도하는 일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말씀과 가르침들을 현대적인 우주관에 비추어서 다시 해석해 보는 일은 자못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우선 고정 관념의 틀을 재고해 볼 것이다. 만약에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직접적인 말씀들이 우리들의 고정 관념으로 인하여 왜곡되게 해석되거나 해석 불가능의 판정이 내려진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도 역시 모든 면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으나,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로 생각되어지는 공간 개념, 시간 개념, 그리고 기본적 가치관들을 다루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각도의 개념을 토대로 하여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를 재음미하고, 하나님 나라의 실체성과 다중성을 집중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실체성이라 함은 그 하나님 나라가 인간의 사고 속에 자리잡는 개념적인 변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대 개념의 우주(바울이 환상으로 접근하였던 삼층천을 포함한) 속에 실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중성이라 함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함에 있어서 물질적 세계 또는 영적 세계 어느 한 부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포함하는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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