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21, 2011

예수의 두려움

예수의 두려움

미지의 세계, 그것도 자신의 문화수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어떤 열악한 환경의 세계로 여행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 될 수밖에 없다. 무생물이라든가, 정신 작용이 미약한 식물 또는 동물을 제외하고,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가진 존재라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인격적 존재가 아닐 것이다.

최초의 유인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에서 궤도를 돌았던 우주인들, 아폴로 우주선이 처음 달에 착륙하였을 때 직접 달 표면에 내려섰던 우주인들, 그곳은 경험적으로는 정말로 미지의 세계였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과학자들이 수많은 실험을 거친 결과 안전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겠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열심히 그 우주인들에게 설명하고 훈련시켰겠지만, 그러나 직접 그 미지의 여행을 개척하는 우주인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물론 결국 극복은 하였겠지만, 그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어떤 두려움이 가득하였을 것이다.

창조주로서 하나님 아버지와 성령과 함께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셨던 하나님의 아들이, 자신의 영적인 그리고 영원하고 무한하며 완전한 그 세계를 떠나 이 어둡고 불완전하며 죄로 가득한 세상으로 어떤 목적 실현을 위해 여행하고자 하였을 때, 그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물론 창조주로서 모든 사실을 지식적으로 알고 또한 자신의 아버지께서 완전하게 지켜주실 것을 믿으셨겠지만, 아마도 그 마음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두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특히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아들로서"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람의 아들"로서 하루 하루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뜻을 완전하게 성취해야 할 그 막중한 책무를 두 어깨에 메고 있었을 때, 구원의 대상인 인간들의 마음이 얼마나 완악한지를 알게 되었을 때, 예수의 마음 속에는, 인간이 그러한 상황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어떤 두려움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니 아무 두려움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수는 더 이상 "인간의 아들"이 될 수 없고 인간을 구원하는 구원주가 될 수 없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서 저 높은 곳에서 구경만 하는 구경꾼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비교는 되지 않겠지만, 열 달 동안 자신의 배 속에 첫 번째 아기를 키우다가 이제는 때가 되어 그 아기를 분만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때, 모든 엄마들이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말로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제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될 그 고통을 눈 앞에 두고 산통이 점점 심해져 올 때, 아마 엄마의 마음 속에도 그러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아기를 분만하기 전에는 모든 엄마들이 "다시는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그 모진 고통의 기억들이 어떻게 그토록 쉽게 눈 녹듯 사라지는지,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둘째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들을 보면, "불가사의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힘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어버이의 사랑"이다. 어떤 어려움이나 두려움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앙과 사랑의 힘" 밖에 없다. 인간 예수의 신앙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웠나? 나를 향한 예수의 사랑이 얼마나 컸나? 그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고, 낮고 낮은 이 세상으로 오실 때, 세상에서 홀로 악에 대면하여 제압하는 긴박한 싸움의 길을 한 걸음 한 것을 걸어갈 때, 완악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자신을 죽이려함은 물론 제자들마저 배반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을 때, 그 마음 속에 가졌을 '그 두려움'의 크기와 그것을 극복한 '그 승리'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그의 신앙과 그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이 왜 그토록 끊임없이 기도하셨는지, 감람산에서 땀 방울이 피 방울이 되는 것처럼 왜 그토록 처절하게 기도하실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순간 순간 걸어 나가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주님의 신앙과 주님의 사랑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를 기억하며 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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