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1:23-32에 보면, 예수께서 성전을 청소한 후에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무슨 권세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비난한다. 영어 성경에서는 "By what authority are you doing these things?" they asked. "And who gave you this authority?"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여기서 authority는 power를 위미하는 “권세”보다 “권위” 또는 “권한”으로 번역됨이 옳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어디서든 이 “권위”의 문제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권위에 대한 사람의 반응은 굴복 또는 저항이다. 굴복과 저항 둘 다 싫으면 자신이 그것을 소유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 또는 기관이 그 권위를 부여하고, 사람이 그것을 쟁취해서 소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방법으로 더 큰 권위를 세우고 그것을 자신이 소유하려 한다.
권위를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방법 중 하나는 겉모습을 꾸미는 것이다. 화려한 복장, 복잡한 형식과 절차, 학위, 직위, 힘을 과시하려 한다. 또는 사람들이 두려워할만한 우상이나 영웅을 세워서 권위를 만들어내려 한다. 이것보다 좀 나은듯한 태도는 속으로 권위를 소유하려는 것이다.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많이 알면 권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믿음이 있는 자들은 예언이나 기적을 일으켜 사람들을 자기 권위 아래에 두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할 때도 누군가 유명한 사람 이름이나 힘 있는 단체의 이름을 거명하기를 좋아하고, 듣는 사람들은 그것을 무슨 대단한 권위가 있는 듯 받아들인다. 예수를 비난하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처럼, 믿음을 자랑할수록 더 권위를 내세우려 한다.
반면에, “권위”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 어땠나? 그들에게 “세례 요한의 권위가 하늘로써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고 역질문 함으로써 권위의 근원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권위”는 본질적으로 쟁취되는 것이 아니라 부여되는 것이다. 권위 수여자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만물의 근원이신 하나님 아버지께 이르게 된다. 이 진리를 영원 전부터 근본적으로 알고 체험한 분이 예수고 그것이 바로 “예수의 신앙”이다. 인생이 세상에서 잠깐 사는 것으로 끝난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맞고 예수는 천하에 바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 세상에서 영생하게 된다면 세상 권위에 굴복하는 사람들이 천하에 바보가 되는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 아버지가 권위의 근원이심을 완전한 신앙으로 알았고, 자신이 하나님 아들로서의 권위를 지니고 있음을 아셨기에 사람들의 어떤 쟁론에도 휘말리지 않으면서 진리를 당당하게 드러내셨으며, 그 결과가 십자가와 부활이었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에 복종케”하는 완전한 권위를 소유하게 되셨다. 그래서, 예수의 참 신앙을 본받는 만큼 성도 역시 그러한 예수의 권위에 동참케 되는 것이다.
예수는 마태복음 21:23-32에서 “권위”의 문제에 대해 교훈을 주시면서 두 아들에 관한 비유의 말씀을 하셨다. 큰 아들은 권위를 자신이 소유한 태도를 보인 반면, 둘째 아들은 권위를 아버지께 되돌린 태도를 보였다. 이 비유를 통해 예수께서 말씀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하나님 아버지 뜻이 본질적 권위라”는 것, 그리고 “그 뜻과 다르게 실수하더라도 뉘우치고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잘못된 권위를 내세우고 있음을 알게 되더라도 버리기를 싫어한다. 하나님 권위에 도전한 루시퍼와 사탄의 가르침이고, 뉘우치고 돌아서기를 끝까지 거부하는 사람들의 완악한 태도다. 사도 바울은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최고의 권위를 누렸다. 무엇이 교회로 하여금 그의 권위를 인정하게 했을까? 그의 해박한 지식이었나? 그에게서 나온 능력이었나? 그에게 권위를 부여한 어느 단체 때문이었나? 아니다! 오히려 그가 모든 세상 권위를 버린 결과였고, 버렸기에 가능했다. 그는 빌립보서 3:8에서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겼다”고 고백한다. 무엇이든 스스로 쟁취한 세상 권위를 부인하고 버릴 때 비로소 하나님이 부여하시는 권위를 갖게 된다! 그것만이 참되고 영원한 권위가 될 것이다. 사람의 결단과 노력만으로는 이것을 성취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구든 예수의 신앙에 접근하는 만큼 가능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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