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중국을 쇠퇴의 길로 몰고 갔다” [중앙일보]
아편전쟁에서 치욕스런 참패를 맛 본 뒤에도 중국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나머지는 다 오랑캐라는 ‘천조(天朝)심리’를 떨쳐버리지 못한다. ‘전쟁에서 번번이 패한다’는 누전누패(屢戰屢敗)를 ‘완강하게 버티며 굴복하지 않는다’는 누패누전(屢敗屢戰)으로 고쳐 말함으로써 현실을 교묘히 비켜간다. 루쉰(魯迅)을 비롯한 5·4운동의 ‘문화 선구자’들은 그러나 부끄러운 자화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루쉰은 중국인들을 건달에게 얻어맞은 뒤에도 “그래도 내가 (나 자신을 경멸하는 데는) 제1인자”라고 자위하는 주관적 승리법의 달인, 아Q에 빗대 마음껏 조롱한다.
중국인들이 그 꼴이 된 것은 수 천 년 찌든 전통의 묵은 때 탓이었다. 루쉰에게 그것은 중국의 ‘츠런(吃人=食人)’ 전통이다. 츠런은 인육을 먹는 야만적 풍속(실제 중국에 존재했다) 외에도 “독립적인 인격과 개인 정신에 대한 부정과 거세”를 뜻한다. 즉 자신보다 강한 자한테 억압받고 약한 자는 억압함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은 없고 노예와 상전만 존재하는 현실 말이다.
그러한 전통의 대표선수는 공자다. 이 책의 부제가 ‘공자와 루쉰의 대결’인 이유다. 저자들은 범도덕주의를 표방하는 유가(儒家)의 예치질서가 중국인들의 자아와 주체를 제거했으며 궁극적으로 중국을 쇠퇴의 길로 몰고 갔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통을 거부하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심판(審父)’으로 불합리를 만들어 내는 사상적 근원, 즉 전통적 가치관을 용도폐기하고 현대적 의미로서의 국민성 개조를 추구한 루쉰·천두슈(陳獨秀)·후스(胡適)·리다자오(李大釗) 등 중국의 근대 지식인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이 열망한 것은 인간의 본원적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된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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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의 인의도덕은 부도덕주의로 변질되면서 일반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사진은 19세기 중국 인력거꾼이 낮잠에 취한 모습.[사진 제공=플래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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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반대파의 공격에 직면했을 때 후진타오 총리가 도피처를 마련해줄 정도로 저명한 석학인 류짜이푸(劉再復)는 현재 홍콩성시대학 중국문화센터 명예교수·미국 콜로라도 대학 객좌 교수로 재직 중이며 린강(林崗)은 중산대학 교수로 있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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