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30, 2013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두개골

우리나라 많은 여성의 고민거리인 처진 엉덩이 초래한 요인은...

입력 : 2013.10.30 11:44 | 수정 : 2013.10.30 11:52


 과학주간지 ‘사이언스’ 10월 18일자 표지를 장식한 드마니시 두개골.
 과학주간지 ‘사이언스’ 10월 18일자 표지를 장식한 드마니시 두개골.
인류는 한 명의 어머니로부터 기원됐을까, 여러 어머니로부터 기원됐을까. 고인류학계 최대 쟁점에 답을 줄 수 있는 화석이 발견돼 화제다. 지난 10월 18일자 과학주간지 ‘사이언스’에는 카프카스의 작은 나라 조지아(옛 이름 그루지야)의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두개골을 토대로, ‘인류는 원래 하나의 종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두개골은 2005년 발견된 상단 머리뼈(D4500)와 이보다 5년 먼저 발견된 아래턱뼈(D2600)를 합쳐 놓은 것으로, 약 177만년 전 드마니시 지역에 살았던 고대 인류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두개골의 어떤 특징이 인류의 조상을 하나의 혈통으로 결론 짓게 했을까.

드마니시의 두개골은 초창기 인류 두개골의 특징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조지아 국립박물관과 스위스 인류학연구소의 공동연구진에 따르면, 546㏄의 작은 용량의 두개골에 긴 얼굴, 큰 치아는 ‘호모 하빌리스’(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특징을 지녔다. 동시에 호모 사피엔스보다 앞서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직립보행하는 사람)와 유사한 점도 보인다. 눈구멍이 크고, 치아가 튀어나왔고, 머리 뒤쪽의 길이가 짧고, 키가 146~166㎝로 추정되는 점은 ‘호모 에렉투스’의 범주에 속한다. 게다가 현대인의 둥근 두개골, 튀어나온 이마, 평평한 얼굴, 좁은 눈썹 모습도 갖고 있다. 이번 두개골은 지금까지 발견된 고대 인류의 두개골 가운데 상태가 가장 양호하다.

 드마니시 두개골을 토대로 복원한 인류의 조상 상상도. photo 사이언스
 드마니시 두개골을 토대로 복원한 인류의 조상 상상도. photo 사이언스
공동연구진은 실제로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두개골 4개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240만년 전의 두개골, 아시아와 유럽에서 발견된 120만~180만년 전의 두개골을 두루 비교했다. 그 결과 비록 이들의 생김새는 제각기 달랐지만 특징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같은 특징을 볼 때 현생 인류가 한 뿌리에서 시작됐을 거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공동연구진이 풀어야 했던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두개골의 정확한 연대를 밝히는 일. 정밀한 연대측정법에는 아르곤40-아르곤39 동위원소법이 쓰이는데, 불안정한 아르곤39가 방사성 붕괴를 거치면서 안정한 상태인 아르곤40으로 변하는 시간적 비율을 이용한다. 즉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 속에 이 두 원소의 비율을 조사함으로써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공동연구진은 두개골이 발견된 주변에서 100여개의 지층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동물의 화석과 광물 결정에서 아르곤40과 아르곤39를 추출했다. 그 결과 이들의 연대가 약 177만년 전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은 ‘호모 에렉투스’라는 하나의 혈통에서 다양한 생김새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9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10만년 전까지 생존한 인류의 조상이다. 이들은 처음으로 불을 사용했고,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났다.

그동안 인류의 조상은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 호모 루돌펜시스 등 여러 종에서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로 발전했다는 것. 학명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현생 인류의 조상을 뜻한다. 따라서 인류의 조상이 실제로는 하나의 종에 속한 다양한 개체일 수 있다는 이번 연구는, 현생 인류가 각기 다른 종에서 진화해 왔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현생 인류라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현생 인류가 어디에서 도래했는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그들은 고고학 연구를 통해 인류기원설을 주장할 뿐이다. 현생 인류의 기원으로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 등 두 가지가 있다. 아프리카 기원설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하나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졌다’는 설이고, 다지역 기원설은 ‘약 19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에렉투스가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설이다.

아프리카에서 그 시조가 발견된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에 따르면, 10만~20만년 전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출현했고, 그때부터 5만년 전까지 그들이 아프리카를 출발해 전 세계로 흩어져 그전에 이미 정착해 살고 있던 호모 에렉투스(자바 원인) 등 다른 열등한 인종들을 차례차례 대체(완전 대체론)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각 지역에서 살고 있던 ‘원주 집단’과는 종이 달라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 또 우월한 문화와 언어를 갖추고 있었기에 원주 집단과의 경쟁에서 이겼고, 원주 집단은 모두 멸종했다.

◇ 흑해 연안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의 비밀...인류 진화의 역사 처음부터 새로 써야 할 수도
‘다지역 기원설’은 현생 인류가 한곳에서 기원한 새로운 종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현생 인류의 조상이 하나(아프리카 태생의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류의 조상(호모 에렉투스)이 약 19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건너온 것을 계기로 세계 각지에서 각자 진화해 현생 인류가 등장했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우리 민족은 한반도에 살던 구석기 문화를 만든 사람들의 후손이고, 중국인은 중국 구석기 문화를 만든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식이다. 이는 여러 어머니로부터 오늘날의 인류가 생겨났다는 얘기다. 곳곳에 퍼진 인류가 각지에서 수시로 문화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190만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류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에 따라 아득한 옛날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 등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의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고인류학자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현생 인류의 직계조상이 과연 언제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두 가지 주장을 놓고 대립해 왔다. 처음에는 현생 인류가 세계 각지에서 따로 진화한 뒤 서로 섞였다는 ‘다지역 연계론’이 우세했다.

그런데 최근 DNA분석법이 고인류학에 동원되면서 아프리카 기원설에 좀 더 많은 힘이 실렸다. DNA분석법을 통해 세계 여러 지역의 인종을 조사해 본 결과, 각 지역에 분포했던 여러 지역의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연관이 없고, 현생 인류의 직계조상은 약 16만년 전의 아프리카인이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분자유전학을 이용한 고인류학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미토콘드리아나 성염색체의 특정 유전자(이를 ‘마커 유전자’라고 부른다)가 지역별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해 종의 이동이나 확산 경로를 밝히는 연구를 해왔다. 미국의 유전학자 앨런 윌슨(Alan Wilson)은 20년 전 세포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분석해 세계 모든 여성의 DNA가 16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어떤 여성 한 명(미토콘드리아 이브)에게서 나왔을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DNA는 어머니의 것이 자손에게만 전해지는 특성이 있어 모계를 추적하는 도구로 쓰인다.

이후 스웨덴과 독일의 공동연구팀도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을 대표하는 53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 인종의 유전자 구조가 다른 인종의 유전자 구조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오래된 것임을 밝혀냈다. 인간의 유전자는 변이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진화해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갔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다. 이러한 결과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정설처럼 자리 잡게 하기에 충분했다.

 조지아 드마니시의 발굴 현장.
 조지아 드마니시의 발굴 현장.
DNA분석법에 따르면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 아시아인은 모두 아프리카가 고향이고, 유전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신체상의 차이들은 이동 과정이나 정착하고 난 이후 지역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며, 존재 자체의 본질적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차이로 열대 사바나 기후인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가 새로운 기후를 만나 수만 년간 적응한 모습을 예로 들 수 있다. 동북아시아로 이주한 인류는 빙하기를 맞아 혹독한 추위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그 결과 팔다리가 짧아지고 상체가 커졌다. 땀샘의 수도 줄고 땀을 내는 능력도 약한 편이다. 또 지방층은 체온을 지키기 위해 배 쪽에 우선 쌓이게 됐다. 아무래도 우리가 흑인보다 더위에 약한 이유다.

우리나라 많은 여성의 고민거리인 처진 엉덩이도 이런 적응의 결과다. 브라질 삼바축제 장면을 보면 다리가 쭉 빠진 흑인 무희들의 탄력적인 하반신이 시선을 끈다. 아프리카 흑인들의 모습은 현생 인류의 초기 모습과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기후가 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흑인들의 탄력적인 하반신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의 더운 기후에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이언스’에 발표된 두개골 화석은 190만년에 걸친 호모 속(屬)의 역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임을 드러냈다. 모든 집단이 시공간을 아우르면서 끊임없이 유전자를 교환했다면 생물학의 종(種)의 정의에 따라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는 모든 집단은 하나의 종에 속하게 된다. 즉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같은 종이 된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인류 진화의 역사는 처음부터 새로 써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화석만을 가지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며,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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